항이는 마오리 공동체의 의례와 일상에서 이어져 온 흙가마 조리 방식으로, 뜨겁게 달군 돌을 땅속 구덩이에 넣고 그 위에 고기 뿌리채소 해산물을 층층이 올린 뒤 젖은 천과 흙으로 덮어 천천히 쪄내는 전통 요리이다. 항이는 단지 한 가지 메뉴가 아니라 함께 모여 음식을 준비하고 나누는 시간 전체를 가리키며, 투랑가와 에와에 와 마나아키탕가의 가치를 실천하는 사회적 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소금과 향신을 최소화하고 원재료의 단맛과 흙내, 나무 연기의 은근한 향을 살려내는 것이 요점이며, 쿠마라 호키 스내퍼 같은 흰살생선, 양고기 돼지고기, 호박과 양배추가 자주 쓰인다. 오늘날에는 안전과 편의를 위해 철망 바스켓, 내열포, 스테인리스 통을 도입하거나, 가스 전기 열원을 활용한 모던 항이 장비가 널리 쓰이지만, 공동체가 함께 땅을 파고 불을 살리고 기다리며 먹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관광 프로그램이나 축제의 볼거리로 소비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마라이와 가족 대소사에서 정체성을 확인하는 장으로 기능한다.
땅과 불, 그리고 공동체 항이가 태어난 배경
뉴질랜드 전통 음식 항이는 폴리네시아 항해민의 지식과 아오테아로아의 풍토가 만난 지점에서 태어났다. 폴리네시아 여러 섬에는 뜨거운 돌과 잎 섬유로 열과 수분을 가두어 조리하는 우무이무 계열의 흙가마 기술이 존재했고, 마오리 선조들은 남하한 새 땅에서 더 큰 뿌리채소와 서늘한 기후, 풍부한 목재와 현무암 화강암 같은 내열석에 맞추어 항이를 정교하게 다듬었다. 한이의 핵심에는 시간을 들여 단순함을 극대화한다는 철학이 있다. 고기를 훈연하거나 강한 향신을 입히기보다, 땅속의 포화수증기와 낮은 온도의 장시간 조리로 근섬유를 천천히 풀어 단맛과 육즙을 보존한다. 그 과정에서 나무의 은근한 향과 흙의 미세한 광물 향이 배어, 표면은 건조하지 않으면서 내부는 콜라겐이 젤라틴화된 부드러운 식감이 완성된다. 항이는 음식 이전에 함께 하는 일이다. 누군가는 구덩이를 파고, 누군가는 돌을 고르고, 누군가는 나뭇가지를 준비하고, 누군가는 채소를 다듬는다. 마라이에서 거행되는 환영 의식이나 장례 정착 기념일 같은 중요한 순간에 항이가 오르는 이유는, 이 느린 노동이 곧 관계를 확인하는 의식이기 때문이다. 마오리 세계관에서 자연은 보호하고 돌려주어야 할 친족이며, 항이는 땅의 열을 빌려 먹고 다시 흙을 덮어 원상으로 돌려놓는 상호성의 기술을 체화한다. 이 느린 기술 은 현대 도시 생활에서도 여전히 매력을 잃지 않는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불과 흙, 돌과 나뭇잎, 고기와 채소의 단순한 조합이 주는 안정감을 확인한다. 그렇기에 항이는 관광 상품을 넘어, 각 가문과 부족의 기억을 붙잡아 주는 생활의 형식으로 남아 있다.
돌 불 수증기의 설계 항이 조리 과정과 재료 선택
항이는 재료보다 공정이 맛을 좌우한다. 첫 단계는 돌 고르기다. 내열성이 높고 수분 함량이 낮은 현무암 화강암 계열을 고르며, 퇴적암처럼 내부 수분이 많은 돌은 폭열 위험이 있어 피한다. 둘째, 구덩이 설계다. 인원과 바스켓 크기에 따라 직경 깊이를 정하는데, 대략 30명 기준 직경 1.2~1.5m, 깊이 0.8~1.0m가 표준으로 쓰인다. 셋째, 화력과 예열. 마누카 카우리 대신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허용된 하드우드를 사용하고, 돌이 붉게 달아 중심부까지 열이 오를 때까지 1~2시간 화입 한다. 불씨와 재를 걷어낸 뒤 뜨거운 돌을 바닥에 고르게 깔고, 젖은 천 잎으로 수분층을 만든다. 이 위로 철망 바스켓을 층층이 쌓는다. 아래층에는 조리 시간이 긴 양고기 돼지고기, 다음 층에 쿠마라 감자 호박 같은 전분 채소, 최상층에는 닭고기 생선 조개류처럼 익는 시간이 짧은 재료를 배치한다. 재료는 소금 후추 허브를 최소화해 간을 하되, 잎 양배추로 감싸 수분을 지켜주는 것이 요령이다. 바스켓 위를 다시 젖은 천 자루로 덮어 증기가 빠져나가지 않게 하고, 마지막으로 흙을 10cm 이상 두껍게 덮어 밀봉한다. 내부는 100℃ 안팎의 포화수증기 상태로 2~4시간 유지되며, 땅 자체가 열안정 장치가 되어 급격한 온도 변화를 막는다. 조리가 끝나면 흙을 걷어내고 덮개를 열 때 피어오르는 향은 항이의 하이라이트다. 양고기는 뼈에서 살이 자연스레 분리될 만큼 부드럽고, 쿠마라는 전분이 젤라틴화되어 꿀 같은 단맛이 난다. 해안 지역의 항이에는 파우아 키나 블루코드 같은 해산물이 더해져 바다의 향을 보탠다. 현대의 모던 항이는 안전과 일관성을 위해 가스버너와 스테인리스 챔버, 훈연칩을 결합하거나, 바닥에 열판과 돌을 넣은 이동식 장비를 사용한다. 관광 프로그램에서는 조리 과정을 설명하고, 손님이 재료 바구니를 덮는 의식에 참여하게 하여 공동체적 성격을 일부나마 경험하게 한다. 식품 안전 측면에서 중심온도 75℃ 이상, 보온 60℃ 이상 유지, 교차오염 방지를 위한 칼 도마 분리, 흙·돌의 오염원 관리가 중요하다. 환경 측면에서는 열원과 목재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사용 후 토양을 원상 복구하며 잔여재를 적절히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메뉴 설계에서는 기름진 양고기 돼지고기에는 레몬 마이오네즈나 민트 파슬리 초록소스를, 달큼한 쿠마라에는 허브버터나 씨솔트를, 해산물에는 레몬 와카메 절임을 곁들이면 풍미의 대비가 또렷해진다. 음료 페어링은 적당한 산도를 지닌 소비뇽 블랑, 혹은 홉 향이 과하지 않은 페일에일이 항이의 담백함을 해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사람의 동선도 설계 대상이다. 불을 피우는 팀, 재료 준비 팀, 안전 아이들 관리, 상차림치우기 팀을 나눠 움직이면 50명 규모의 항이도 놀랄 만큼 매끄럽게 운영된다. 이처럼 항이는 조리법이자 프로젝트 관리의 교본이다.
정체성과 환대의 기술 항이가 오늘에 남기는 의미
항이는항이는 뉴질랜드의 대표 관광 이미지로 소비되지만, 그 본질은 여전히 마오리 공동체의 정체성에 있다. 손님을 기꺼이 환대하고 서로의 관계를 돈독히 하며 땅과 바다를 돌보는 책임을 기억하게 하는 장치가 바로 한 솥의 항이다. 조리 시간 동안 나누는 이야기와 노래, 아이들이 돌과 흙을 만지며 배우는 질서, 마지막에 모두가 원형으로 앉아 음식을 나누는 장면은 그 자체로 한 사회의 교과서다. 항이는 강한 맛 대신 깊은 맛을 추구한다. 기다림이 만든 단맛, 수증기가 지켜 준 육즙, 나무와 흙이 남긴 부드러운 향은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남는다. 그래서 항이는 다이어트나 트렌드의 변주를 쉽게 허용하지 않지만, 대신 시대의 요구 안전 환경 다양성 에는 세심하게 적응한다. 모던 장비와 표준화된 절차를 통해 도시의 학교 병원 축제에서도 하이의 정신을 이어갈 수 있고, 글루텐 프리 비건 손님을 위한 채소 버섯 렌틸 항이 처럼 배려의 옵션을 설계할 수도 있다. 해외 이민 공동체는 주말마다 공원에서 간이 항의를 열어 낯선 땅에서의 소속감을 확인한다. 그들이 덮개를 걷고 김을 맞으며 흘리는 안도의 미소는, 항이가 단순한 조리법을 넘어 살아 있는 기억의 형식임을 증명한다. 결국 뉴질랜드 전통 음식 항이는 땅과 사람, 시간과 노동을 하나로 묶는 기술이다. 불을 다루는 예의와 서로를 향한 배려가 담긴 그 기술은, 바쁜 현대의 주방에서도 충분히 실천 가능하다. 작은 화덕과 한 줌의 돌, 몇 가지 소박한 재료, 그리고 함께 기다려 줄 사람들이 있다면, 어디서든 항이는 완성된다. 그 순간, 땅의 온기와 바람의 냄새가 식탁 위로 올라오고, 우리는 함께 먹는 의미를 다시 배운다. 이것이 항이가 오늘에도 유효한 이유이며, 내일에도 계속될 이유다.